[영국] 원치않던 9일간의 재위, 레이디 제인 그레이.
들라로슈,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
1553년 7월 10일부터 단 9일간 재위한 명목상의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여왕이다.
아버지는 도셋 후작인 헨리 그레이, 어머니는 프랜시스 브랜든이다. 프랜시스 브랜든은 헨리 8세의 여동생이자 잠시 프랑스의 왕비였던 메리 튜더와 서포크 공작 찰스 브랜든의 장녀였다.
후작 부부는 사냥과 파티를 즐기는 활발한 성격이었으나, 제인은 그와 정반대로 내성적이고 학구파였다. 어머니 프랜시스 브랜든은 딸의 나약함을 못마땅히 여겨, 자주 체벌을 가하고 심하게 꾸짖었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제인 그레이는 독서, 공부에 정열을 쏟았다. 그녀는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를 구사했고, 독실한 성공회 신자로서 신학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1546년 제인 그레이는 헨리 8세의 마지막 왕비인 캐서린 파아의 저택에서 살게 되는데, 캐서린 파아는 모성애가 강한 여성으로, 제인 그레이와 엘리자베스(훗날 엘리자베스 1세)에게 애정을 쏟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제인 그레이의 어머니 프랜시스 브랜든은 딸을 왕비의 자리에 앉히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고, 후작 부부는 에드워드 6세와 결혼시킬 계획을 세우지만, 후작 부부를 지원했던 토머스 시모어가 체포되어 사형당하자 계획은 수포가 되었다. 그레이 가문은 다행히도 화를 입지 않고 살아남았으나, 프랜시스 브랜든은 그 야심을 꺽지 않고, 당시 최고 권력가였던 노섬벌랜드의 공작 존 더들리의 모자란 아들 길포드 더들리와의 혼사를 추진한다. 결국 1551년 제인그레이는 길포드와 결혼하게 된다. 제인은 격렬하게 거부했지만, 부모의 강압으로 이루어진 결혼이었다. 종교개혁을 통해 권력을 얻었던 존 더들리 공작은 병약한 에드워드 6세가 죽으면 로마 가톨릭 신자인 메리를 누르고 성공회 신자인 제인그레이를 왕위에 올릴 심산을 갖고 있었다.
1551년 7월, 에드워드 6세가 세상을 떠나고, 7월 10일 존 더들리와 그레이 후작 부부는 제인 그레이를 왕위에 올렸다. 강력한 왕위 계승권자였던 메리는 존 더들리가 자신을 유폐하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서포크 지방의 프레밍턴 성으로 몸을 숨긴다.
그렇게 제인 그레이는 본인은 원하지 않는 왕위에 오르지만 민심은 이미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낸 메리에게 기울어 있었다. 제인 그레이가 즉위한지 겨우 9일째, 메리가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런던에 입성하자, 그레이 후작부부는 딸을 버리고 런던에서 도망쳤다. 제인 그레이와 길포드 더들리는 반역죄로 런던탑에 유폐되고, 존 더들리는 처형당했다.
이후, 제인 그레이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지만, 왕위에 오른 메리 1세는 자신의 가장 아끼는 동생이자 사촌이었던 제인의 목숨을 특별히 살려줄 생각이었지만, 1554년 1월 토마스 와이어트를 중심으로 성공회 신자들이 일으킨 반란에 제인의 아버지인 헨리 그레이가 가담하면서 성공회계 왕위 계승권자인 제인 그레이를 살려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메리 1세는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온 제인을 그대로 사형시킬 수 없어 가톨릭으로 개종하면 살려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제인 그레이는 자신의 신앙을 지키며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1554년 2월 12일 메리 1세는 제인 그레이의 사형이 집행되던 날, 런던탑에서 하녀들에게 그녀의 임신여부를 확인하게 했고, 임신이 아닌 것이 확인되자, 제인 그레이와 길포드 더들리는 런던탑에서 참수되었다.
화가 들라로슈는 이 사건을 '제인 그레이의 처형'이라는 그림으로 남겼다. 현재 그 그림은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심각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그린 이 그림은 당시의 슬프고도 처절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그려놓은 듯한 착각을 준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단 9일, 자신은 원치 않는 왕위에 올라 불행한 삶을 살다간 제인 그레이가 떠오르고, 또한 그녀를 참수할 수 밖에 없던 메리 1세의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를 짐작되면서 가슴이 아파온다.
'이야기 바람... > 역사 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스페인 내전 (0) | 2012.10.23 |
---|---|
[스페인] 엘 클라시코, 그 역사를 찾아서... (0) | 2012.10.15 |
[바티칸 시국] 바티칸 시국의 중심, 시스티나 성당 (0) | 2012.07.06 |
[체코]체스키 크롬노브, 그리고 이발사의 다리 (0) | 2012.07.05 |
[이탈리아]바로크 화풍의 시작, 카라바지오 (0) | 2012.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