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야생마, 카라바지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지오는 16세기에서 17세기의 전환기에 로마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에서 활약한 바로크 회화의 개척자이다. 활동 초기의 정물, 장르화와 이후 완숙기에 가톨릭 교회로부터 주문받아 제작한 종교화들에서, 그는 대담하고 개성적인 구성과 자연주의적인 인물묘사, 연극적인 강렬한 명암대조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고유의 양식을 확립하였다. 17세기 초 전 유럽에서 카라바지스트라는 수많은 추종자를 낳은 그의 양식은 르네상스의 고전주의와 구별되는 새로운 화풍이었고, 그가 만든 바로크 미술은 이후 등장하게 될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등의 회화세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
카라바지오라는 별명은 그보다 앞서 활동한 더 유명한 미켈란젤로와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것으로, 그의 아버지 페르모 메리시는 카라바지오 지방의 프란체스코 후작의 집사이자 건축가 였다. 카라바지오 지역에 살다가 1584년 밀라노로 돌아와 티치아노의 제자 시모네 페테르차노에게 화가수업을 받는다.
그는 불같은 성격, 종잡을수 없는 행동, 신랄한 언설, 폭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생활로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서른아홉 해의 짧은 생애동안 15번이나 수사기록에 이름을 올렸고, 감옥에 갇힌 것도 7번이 넘으며, 탈옥도 여러번 했다. 협의는 폭행, 기물파손, 명예훼손, 불법 무기 소지, 살인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인생편력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도 불구하고 높은 예술적 성취를 낳고 좋은 평가를 받은 화가이다.
카라바지오-그리스도의 매장
[그리스도의 매장]
이 작품은 현재의 치에사 누오바 교회의 비트리체 예배당의 중앙 제단화로 그려졌다. 현재는 바티칸 박물관의 피나코텍 관에 소장되어 있다. 카라바지오 작품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구성과 안정적인 구도를 이용한 이 작품은 당대에 성직자들로부터 그의 최고 걸작이라는 칭송을 받았고 그에게 적대적이었던 비평가나 화가들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루벤스도 이 그림을 보고 유명한 모사화를 남겼다.
화면에는 예수의 시신을 관 속에 눕히고 있는 요한과 니고데모, 그 뒤에 선 성모 마리아와 다른 두 마리아가 대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니고데모의 거친 용모에서 잘 나타나듯 서민적인 모델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나 빛과 어둠을 강렬하게 대조시킨 것은 카라바지오 양식의 특징이다. 세례 요한의 시선에서 그의 장기 중 하나인 관람자를 화면 안의 사건에 끌어들이는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예수의 몸이 눕히게 될 화면 앞쪽 공간에는 사제가 성례전을 집행하는 제단이 있다. 이 예배당의 예배, 특히 성찬에 참석한 신도는 예배 중에 예수의 몸이 물리적으로 임재(하느님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일)하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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