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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바람.../역사 속 이야기

[영국]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s, 1628)

[영국]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s, 1628)

 

1628, 권리청원

권리장전은 명예혁명과 관련을 갖는 것인데 반해 권리청원은 청교도혁명과 큰 관련을 가지는 인권선언이다.

 

1337년 시작된 백년전쟁과 1455년 장미전쟁 이후 봉건체제가 무너지고 영국 국교회의 정착으로 영국내 교황권이 몰락하면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 대표되는 튜더 왕조는 중앙집권화를 이뤄냈다. 그러면서 튜더 왕조의 왕들은 의회나 왕권의 균형을 비교적 잘 유지했지만 엘리자베스의 뒤를 이언 스튜어트 왕조는 그렇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었다. 필요한 금액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했는데, 제임스 1세는 그를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여 의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의회는 왕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헨리 헌장', '마그나 카르타'의 준수만을 요구했다. 이런 마찰로 제임스 1세는 의회를 해산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제임스 1세는 의회와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로 왕위를 내려놓게 되고, 찰스 1세에게 왕위를 넘겨준다. 찰스 1세는 의회와 더욱 더 대립하여 과중한 과세, 강제공채, 군대의 민가 강제숙박, 군법의 일반인에 적용 등 전제정치를 행했다. 이렇게 계속된 전제정치 후 1628년 에스파냐 등과의 전쟁을 하게 되는데, 전비 마련에 궁색해진 찰스 1세가 의회를 소집하자, 의회는 강제공채, 불법투옥 문제를 둘러싸고 왕과 대립하게 되었다. 그렇게 재원마련을 위해 세번째 의회를 소집했을 때, 의회는 왕권에 거세게 도전했다. 의회는 찰스 1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만 일련의 조건을 붙였다. 왕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시도한 것이다.

 

주요내용은 '의회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과세나 공채도 강제되지 않는다는 것, 법에 의하지 않고는 누구도 체포, 구금하지 않는다는 것, 육군 및 해군은 인민의 의사에 반하여 민가에 숙박할 수 없다는 것, 민간인의 군법에 의한 재판은 금지한다는 것, 각종의 자유권을 보장한다는 것'등 이었다.

 

하지만 이 법을 재정하려면 왕의 재가가 필요했고, 귀족들은 만든 법의 내용이 너무 과하다면 반대하기도 해 입법은 쉽지 않았다. 이때, 법관 출신의 법학자인 에드워드 쿡이 나서 절충안을 제시했다. 왕의 굴복을 강요하는 듯한 법안 통과가 아니라 그 내용을 왕에 대한 청원 형식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청원을 왕이 수용한다면 왕으로서는 체면을 살릴수 있고 의회로서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해서 이 에드워드 쿡이 기초를 만들고 양원을 거친다음, 찰스 1세가 승인한 것이 바로 1628년 '권리청원'이다.

 

권리 청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본문이 시작되기 전 '성직자나 성직자가 아닌 귀족원 의원과 하원 의원으로 모인 국회가 신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에 관하여 국왕 폐하에 봉정하고, 그에 대하여 국회 전체에 답하신 청원'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으며, 본문의 시작도 '지엄하신 국왕 폐하께'로 시작한다. 이렇게 청원의 형태로 왕에게 제의하였고, 찰스 1세는 '왕국은 우리나라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정의가 이루어지기 바란다.'는 답신으로 수용하였다.

 

이 청원은 많은 선례를 인용해 영국인의 자유와 권리를 확보하고 당면한 사태를 구제하려는 데서 나온 것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 사건으로써 주권이 국왕으로부터 의회로 옮겨지는 시발점이 되었고 따라서 영국 헌법상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후에 영국의 정치가인 W.피트는 이 문서를 마그나 카르타 및 권리장전과 함께 영국 헌법의 성경(聖經)이라고 했다. 1629년 국왕은 이 권리청원을 무시하고 의회를 해산함과 동시에 의회의 지도자를 투옥한 뒤 11년간 의회를 소집하지 않고 전제정치를 계속했고, 이것이 청교도 혁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후 찰스 1세는 1648년 12월, 의회당 수장인 크롬웰이 이끄는 민병대가 의회를 기습하여 온건파 의원들을 내쫓거나 감옥에 가두었다. 결국 찰스 1세는 1649년 1월 30일, 크롬웰에 의해 처형되었다.

 

권리청원의 원본은 현재 영국 국립기록보관소에 소장되어 있다. 영국 국립기록보관소는 영국 언더그라운드 district line의 'kew gardens' 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